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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리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 회사 Schrodinger
    카테고리 없음 2020. 8. 28. 17:51
    • 물리 기반 계산모델, 예측 모델링(predictive modeling), 데이터 분석(data analytics) 등을 통해 신약개발 및 화학소재 개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음
    • 빌 게이츠와 그의 아내의 Bill & Melinda Gates 재단이 약 14%의 지분율로 최대주주이며, 2대 주주가 미국 최고의 헤지펀드라 칭송받는 D.E Shaw
    • 플랫폼 이용료만 받는 것이 아닌, 성공 시 성과 보수(!!) 까지 받을 수 있는 비즈니스 구조, 마치 Bio-tech 벤처캐피털의 느낌

    Schrodinger 로고

    일단 슈뢰딩어(Schrodinger) 하면 '슈뢰딩어의 고양이'를 떠올리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노벨 과학상 수상자 Erwin Schrodinger가 양자역학의 불완전성을 비판하기 위해 고안한 사고실험으로, 양자역학에 따르면 어떤 상자 안에 있는 고양이가 열기 전에는 살아 있을 수도 있고, 죽어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슈뢰딩어의 이런 양자역학 사고실험은 양자역학의 비현실적인 부분을 들춰내기 위해 고안되었지만, 이해가 쉬운 탓에 양자역학을 가장 쉽게 설명하는 실험이 되고 말았다.

    이런 유명 과학자의 이름을 떼어 만든 회사가 바로 오늘 알아볼 Schrodinger(원래 ö 표기를 해야 하지만, 어려워서 생략한다)라는 기업이다. Tesla와 비슷한 느낌이다.


    1. 신약개발 물질 발견, 힘듬? 내가 해줌

     

    Schrodinger 홈페이지

    Schrodinger의 웹사이트에 따르면 전통적인 제약회사의 경우 대략 1,000여 개의 물질들을 화합시키는 실험을 한다고 한다. Schrodinger의 물리 기반 플랫폼은 일주일에 수십억 개의 물질에 대한 평가가 가능하다고 한다. 이는 인간들이 신약 개발 물질을 직접 찾기 위해 어려운 실험을 일일이 하는 것보다, Schrodinger의 플랫폼이 그걸 더 빨리 해내며, 심지어 더 높은 정확도로 해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2020년 2월에 IPO를 하며 약 2,500억 원에 해당하는 금액을 확보해 10년이 안된 신생 벤처기업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사실 30년도 더 된 기업이다. 전체 직원 400명 중 박사 인력만 150명으로 철저히 연구, 기술 기반 기업이며, 지난 30년간 높은 정확도로 신약 개발 물질 후보군을 발견하기 위한 플랫폼(소프트웨어)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현재 신약개발은 사실상 '로또'가 된 상황인데,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 지난 200여 년간 나올만한 약은 이미 다 나온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십, 수백만 명의 화학자, 물리학자, 생물학자들이 제약, 바이오 회사에 소속되어 신약을 열심히 개발 중이지만 암이나 치매 같은 인류의 삶의 질에 가장 큰 악영향을 주는 질환에 대한 신약개발은 지난 20여 년간 별다른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왜 그렇게 신약개발이 힘든지에 대해 생각해보면, 가장 큰 문제로는 인건비와 시간, 그리고 신약 개발 방법이 있다. 우리에겐 제한된 숫자의 과학자들이 있고, 이들 모두가 제약회사나 바이오 벤처에서 일하는 것도 아니다. 또 신약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물질을 후보로 삼아 이 물질들을 섞어가며(유기적 화합) 특정 질환에 효과적인지에 대해 판단해야 되고, 그 판단이 완료된다고 해도 바로 약으로 출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신약 개발 과정에서 가장 힘든 부분을 Schrodinger의 소프트웨어가 도와줄 수 있다면 신약 개발의 실패 확률을 줄여주며, 쓸데없는 물질을 화합하는데 몸값 비싼 과학자들의 인건비를 낭비하는 일도 줄어들 것이다.

    Schrodinger 10-k

    2019년 Schrodinger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최대 제약회사 20곳 모두 Schrodinger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라이선싱 해서 사용했다고 한다. 신생 벤처기업의 경우 아무리 기술력이 뛰어나고 주장해도 투자자 입장에선 긴가민가할 부분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 세계 유수의 제약회사 20곳 모두가 솔루션을 사용한다는 것은 최소한 '돈값'을 한다는 걸 의미한다. 또 점점 많은 바이오 제약회사들이 Schrodinger의 솔루션을 이용 중이라고 한다.

    Schrodinger 10-k

    또 2018, 2019년 동안 Schrodinger의 주요 고객들(연간 계약액 1.2억 원 이상)의 재구매율은 96%로, Schrodinger의 소프트웨어의 효율성을 입증하는 결과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주요 제약회사에서 일하는 과학자의 연봉은 쉽게 10만 불(약 1.2억 원) 을 넘어선다는 것을 감안하면 Schrodinger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은 별로 비용 부담이 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2. 너네가 하는 거 우리도 해볼래, 신약물질 발견

    Schrodinger는 또 회사 내부 신약물질 발견팀 이 있다. 신약개발에 있어서 많은 부분이 물질 발견 및 후보군 화합물 발견에 쓰인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러한 발견 단계의 전 단계를 Schrodinger의 소프트웨어에 맡기고, 나머지 부분은 인간 인력을 투입하면 많은 돈을 투입하지 않고도 신약 물질 발견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Schrodinger 10-k

    2019회계 연도 동안 25개 이상의 신약 물질 발견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혹은 외부 회사들과의 JV(조인트 벤처)를 통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만약 물질 발견 시 연구개발비용 보전, 발견 및 개발 마일스톤 보상비, 로열티 등 다양한 매출원으로 연결될 수 있다. 물론, 이 25개 프로그램 중 하나라도 성공해야 꾸준한 매출원이 생기긴 하겠지만, 작은 회사가 이렇게 파이프라인이 많기도 쉽지 않다.

    Schrodinger 10-k

    Schrodinger의 소프트웨어 플랫폼은 기존 신약개발 방식 대비 크게 세 가지 이점을 갖는데:

    1) 속도: 기존 제약회사에서 유기물을 화합해서 실험을 하는 경우 연구실에서 최소 1주일가량 걸림, Schrodinger의 소프트웨어는 몇 시간 만에 해냄

    2) 규모: 기존에 신약개발 후보 물질군 발견, 화합물 조합 1,000여 개에 1년이 소요되었다면, Schrodinger는 같은 과정을 1주일 만에, 약 10억 개 이상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음

    3) 효과: 화합되기 쉬운 물질(tight-binding affinity) 기존 실험 방식보다 약 8배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남

    따라서 Schrodinger의 솔루션을 자체적으로 이용만 해도 기존 제약회사나 바이오 회사에 필적하는 연구결과를 낼 것으로 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따라서 연 매출 1,000억이 안되는 회사가 4조 원이 넘는 밸류에이션을 받는 게 정당화되는 것으로 보인다.

    Schrodinger, IPO로 약 2,500억 원의 현금을 확보해, MedCity News

    위 기사에 따르면 Schrodinger는 이미 Nimbus라는 회사를 (신약개발 회사) Gilead Sciences에 약 1.4조 원에 매각한 전례가 있으며, 따라서 향후에도 이러한 비정기적인 매출원이 생길 것으로 생각된다.

    Schrodinger 10-k

    작년 기준 Schrodinger의 신약물질 발견 프로그램의 매출은 2018, 2017년 수준 대비 약 3배로, 신약물질 발견 프로그램이 점점 많아짐에 따라 여기서의 매출은 물론, 향후 물질 발견이 추가적으로 될 경우 성과보수격 매출 또한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생각된다.

    또 현재 고객사들의 대부분이 신약 파이프라인 1-2개 정도에만 Schrodinger의 소프트웨어를 사용 중인 것으로 파악되는데, 이를 더 많은 파이프라인에 확대 적용만 시켜도 지금보다 수십 배 이상으로 매출을 늘릴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된다. 따라서 Schrodinger의 소프트웨어가 더 많이 사용되려면 지속적으로 기술력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 

    3. Machine Learning, 그거 하나만으론 안돼

    Schrodinger 10-k

    최근 들어 ML(머신러닝)이 신약개발에 사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고, Schrodinger도 이에 대해 고민해 본 듯하다. 하지만 머신러닝의 경우 input data라는 게 필요한데, 회사 측 입장에서는 지식 기반 머신러닝(Knowledge-based Machine Learning, 흔히 AI라 말함) 자체만으론 신약개발 물질 발견에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입장이다. 

    머신러닝은 수많은 데이터를 빠르게 병렬처리하는 데 도움이 되긴 하지만 신약 물질 발견 과정에서 input data (training set)를 넣었을 때 그것과 비슷한 물질은 빠르게 찾아줄 수 있지만 자사의 물리 법칙 기반 소프트웨어와는 다르게 이미 입력한 데이터 이외의 군(universe)에 속하는 물질을 찾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물리법칙 기반 소프트웨어와 머신러닝 두 가지 모두를 사용 중이라 하며, 물론 핵심은 30년간 개발한 물리 기반 소프트웨어이다.

    Schrodinger IR

    Schrodinger는 단순히 머신러닝 모델을 돌리기 보다 물리 기반 소프트웨어로 한번 거른(물리적 법칙을 사용해 적합한 물질 대상 필터링) 물질들을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통해 처리하고 있다. 따라서 처음 10억여 개의 후보군들을 1주일 안에 단 8개 정도로 압축 시킬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이러한 물질들이 얼마나 정확한지는 해당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연구자들만 알 수 있겠지만, 제약회사들의 평균 소프트웨어 사용기간은 15년 정도로, 이미 일정 수준 이상의 트랙 레코드가 쌓였다고 판단된다. 

    결론: 빌 게이츠, D.E Shaw가 투자한 회사, 따라 사라?

    주식투자에 있어서 상대적으로 편안한 투자방법은, 기존에 이미 알려져 있는 투자 대가들을 따라 하는 것이다. 빌 게이츠의 경우 Bill & Melinda Gates 신탁 재단을 통해 Schrodinger의 지분 약 14%를 보유 중이고,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헤지펀드 중 하나로 알려진 D.E Shaw Group의 경우 3%대 초반의 지분율을 유지 중이다. 

    CNN Business

    이러한 기관투자자격 자금이 전체 주식의 33%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체 주식의 수 대비 실제로 유통되는 주식의 수량은 많지 않다. 미국의 기관투자자들은 이러한 회사에 초장기 투자를 하는 경향이 있으며(Facebook, Tesla 등) 수익 실현을 위한 욕구가 크지 않다. 유명한 투자자들이 장기 투자를 하고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당장 증권사 트레이딩 앱을 열어 Schrodinger를 사라는 얘기는 아니다.

    Google Finance

    현재 Schrodinger의 기업가치는 40억 달러 수준으로, 한화로 4조 원이 훌쩍 넘는 기업이며 IPO 당시보다 약 4배 정도 불어난 밸류에이션에 거래되고 있다. 하지만 작년과 재작년에만 약 200억이 넘는 적자를 본 기업으로, 아직까지 유의미한 현금흐름을 창출해내고 있지 못하다. 따라서 단기적인 불확실성에 의한 주가 변동성이 생길 확률이 높다고 판단되며, 특히 추가적인 현금 조달 활동 없이 신약 물질 발견(Drug Discovery)을 가능케 할 소프트웨어 매출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성장하느냐에 따라 중단기 주가 흐름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봤을 때 어떤 투자자에게나 매력적인 회사로 보일 것이라는 점, 그리고 이미 이루어낸 게 많은 회사라는 점, 그리고 현재까지 신약 물질 발견사업의 파이프라인이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 회사가 약속한 한 가지만이라도 성공해 낸다면 또 하나의 Tesla 신화를 만들어낼 유력한 상장 주식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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